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

-- 안인희

2003년 <올해의 논픽션상> 수상작 역사와 문화 부문
 

 

 

 

 
[총평]
이 책은 음악쪽에서 시작해서 바그너를 바라보는 책이 아닙니다. 한 마디로 잘라, 도이치 문화사라고나 할까?  독일어 문화권의 기조에 깔려 있는 도이치 정신이 현실속에서 어떻게 표현되어지고 어떤 문화 현상으로 나타났는지 더듬어 보는 책입니다. 그 기저를 이루는 게르만 신화와 중세 낭만주의, 그리고 바그너, 히틀러로 이어지는 문화적인 발흥에 대한 고찰입니다.
책은 읽기 쉽고 보기 쉽게 되어 있으며 그 내용 또한 풍부합니다.  바그너가 음악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의외일지 모르지만,  좀더 넓은 시각에서 바그너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집에 한권 들여 놓으셔야겠습니다.


 

[저자]
처음 책을 들었을때, 한참동안 저자가 누군인지 찾고 있었습니다.
안인희라는 이름을 보았지만, 번역자인줄 알았지 설마 우리나라 사람이 "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라는 주제를 감히 건들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던 거지요.
저자 프로필을 보면, 안인희님은 1990년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시고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외국어 대학교에 출강하고 계십니다.


 

[목차]
I. 게르만 신화와 영웅전설
1. 보물 이야기
2. 기사 이야기
3. 사랑 이야기
4. 가수들
5. 북유럽의 신화
6. 니벨룽겐의 노래

II. 신화를 다루기 위하여
1. 신화와 원형
2. 이야기의 구조

III. 바그너의 세계: 신화를 문학과 음악으로
1. 낭만주의 문학
2. 바그너의 생애
3. 음악연극 작품으로 본 바그너 사유의 길
4. 니체의 바그너 비판

IV. 히틀러: 신화와 예술을 직접 현실로
1. 시대적 배경
2. 히틀러의 세계관
3. 예술과 정치


[기억나는 내용]

1. 저자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게르만 신화 - 바그너의 음악 - 히틀러의 나찌즘을 관통하는 도이치 정신 혹은 그 문화적인 흐름을 짚어 보고 그 상호 관계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이 목표를 위해 (심사평에 반복되어 등장하는 단어인) 성실함과 논리적인 구성으로 하나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 갑니다. 바그너 관련 서적에 자주 등장하는 잘못된 신화 자료의 인용이 있을까 유심히 읽어 보았지만 아직 발견 못했습니다 (비록 1번밖에 안 읽었지만.)

 

2. 저자는 문학도입니다.
철저하게 문학적 혹은 역사적인 사실들의 연쇄하에서 바그너라는 사람을 조명합니다. 목차에서 보면 알수 있듯이 게르만 신화가 어떻게 독일 낭만주의 문학에서 다시 발견되어지고, 또  바그너가 이런 낭만주의의 전통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그의 작품속에 게르만적 요소들이 녹아 들어갔는지 밝히는 것이 책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이런 목적을 성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가수 이름도 나오지 않고, 첫 바이로이트 공연에 대한 호들갑도 없으며 오히려 니체와 바그너의 관계에 대해서 한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3. 책의 기저에 흐르는 "파국과 멸망"에 대한 동경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 책들보다 훨씬 분명하게 기술해 놓았습니다. 어쩌면 도이치 문학의 힘은 이런 라그나록에 대한 공포와 경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4. 책을 한 마디로 줄여본다면,
게르만 신화의 암울한 분위기가 도이치 낭만주의의 데카당스한 맛으로 이어지고 바그너의 반음계 무한 선율로 나타나더니 히틀러에 의한 집단광기로까지 표현되게 되었다 - 정도가 되겠습니다.
문제는 이 각각의 연결고리를 얼마나 잘 잡아내냐 겠지요. 한 부분빼고 다 성공했다고 보여집니다.

 

5. 청바 회원이신 유지원님이 표지및 본문 디자인을 하셨습니다.
가만히 보면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자료들은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본 것들인데, 특히 Spotts의 책에서 본 것들이 많았습니다(역설적으로 국내에서는 보지 못한 것들이란 뜻입니다.)

 

6. 아쉬운 점도 물론 있습니다.
저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그너 - 히틀러 간의 상관관계, 즉 어떻게 해서 히틀러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바그너광이 되고, 또 이를 토대로 독일 국민을 상대로 바그너 음악을 이용한 조작을 하게 되었는지 명쾌하게 밝혀지 못했습니다.

신화 - 낭만주의 - 바그너로 연결되는 서술이 정말 매끄럽게 되었다면, 바그너 - 히틀러의 연결 고리는 구렁이 담넘듯이, 전후 독일민의 "영웅에 대한 기대"  혹은 지극히 상식적인 "히틀러가 바그너를 좋아했다"라는 기술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책 제목과 반하여 저는 아직도 "왜 독일국민들은 히틀러에게 열광했나?" 혹은 "바그너의 어떤 측면이 나찌즘 시대의 독일 국민들에게 그토록 매력적이었나?"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즉 히틀러 - 바그너의 관계에 대한 이 책의 태도와 논지는 지난 수십년 동안  바그너 연구가들이 취했던 태도  - "히틀러가 혼자 미쳐서 바그너 가지고 소란을 떤 것이지,  바그너 자신은 히틀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 와 상당히 다른 것입니다. 그리고 책이 전반적으로 논리적이라는 앞서의 제 설명과 달리 이 부분은 아직도 명확치 않습니다.


7. 또 하나 아쉬운 점은 1차자료를 토대로 한 작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적어도 바그너에 관한 많은 부분은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로 나와 있는 부분들을 재인용했습니다. 어차피 작업 자체가 1차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1차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을 밝혀주었으면 하는 아쉬움 - 정말 아쉬움입니다 -은 참 컸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나라도 바그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주장할 수 있는 직전 단계에 까지 온것 같아 몹시 기뻤습니다. (그래서 더 아쉬었을지도 모릅니다.)

 

8. 바그너의 스승은 누구였을까요?
아니, 비록 그가 자기 시대를 뛰어넘는 천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바그너는 누구에게 배웠을까요?
그 답이 이 책에 있습니다.

 

9.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나가서 빨리 한권 사서 읽으셔야 합니다.
만약 이 책을 다 읽고 15,000원 어치의 지식값도 못했다고 느끼신다면 저라도 책값을 환불해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10. 이 책은 박준용 선생님의 책과 묘한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룹니다.
박선생님의 책이 음악가로서의 바그너와 그 주변 이야기, 작품과 그 시대 배경에 대한 세밀하고 즐거운 내용을 전한다면, 이 책은 그보다 더 커다란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해줍니다.
이 두권이면 당분간 바그너 입문서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듯 합니다.

 

[박원철의 판단]
권유대상: 역사적인 콘텍스트 안에서 바그너 현상에 대해서 알고 싶은 분들
소장가치: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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