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ng Resounding

by John Culshaw

 

 

 

[총평]
바그너 듣는 사람들 사이에 솔티 링은 아주 특별한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 약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고,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대한다고나 할까? 처음 반지를 듣기 시작할때 선배들이 보여주는 이런 태도들에 대해 궁금해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Solti  반지가 가지고 있는 묘한 아우라(Aura)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저자]
John Culshaw.
1924년 영국 사우스포트 생. 데카의 클래식 음악 담당 디렉터를 거치고, BBC Televison Music의 사장도 맡게 됩니다. 또 대영제국 훈장 수훈하는 등, 당대 최고라는 명칭을 얻은 사람입니다. . 컬쇼는 솔티 링이 있게 만든 프로듀서로 보다 스테레오(!)와 관련된 여러 기술들을 개발하고 적용한 엔지니어로서 더 유명합니다. 그의 글은 그 당시 유명한 하이파이 잡지들에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는 섹션에 실리곤 했다 합니다.

[목차]

The Background

1958: Das Rheingold

1962: Siegfried

1964: Gotterdammerung

1965: Die Walkure

Coda

 

[기억나는 내용들]

1. 책은  지금은 Testament 라벨로 발매된 1951년 바이로이트 신들의 황혼 녹음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전후 첫 바이로이트 공연에 몰려간 EMI 팀과 Decca팀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구도 - 특히 상대방인 EMI의 푸르트뱅글러의 베토벤 9번 녹음 -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첫 운을 뗍니다. 이렇게 시작한 책은 계속해서 그 당시 - 1950년대초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의 여러 음악계 가십들과 묘한 세력 균형들에 대한 Decca 중심의 편파적인(!), 그리고 유쾌한 뒷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2. 그러나 솔직히 이제는 40년이 훨씬 넘은 이야기들입니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 죽었다고 보아도 무방한, 옛날 옛적, 아직도 스테레오가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논쟁이 있을 적의 이야기들입니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는 잘 모르는 사람들의 기록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념비적인 음반 제작과 이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다이나믹한 삶의 이야기들이 가득찬 책입니다.  우습게도 책의 여러 부분에 LP판이 이전의 SP보다 나은 점, 스테레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느라 할애를 합니다. 1960년의 후반에 들어서도 LP를 거부하는 세력들이 있다는, 그만큼 솔티 링의 녹음이 "스테레오라는 기술의 기념비적 업적"이라는, 묘한 뉴앙스가 느껴지는 책입니다. (이 대목에 이르러서야 저도 왜 솔티 링이 그다시 아우라 있는 대접을 받는지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3. 솔티 링의 녹음 순서는 라인의 황금 - 지그프리트 - 신들의 황혼 - 발퀴레 였습니다. 이런 순서로 녹음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라인의 황금과 지그프리트가 그때까지는 녹음된 적이 없는 신규상품이었기에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었고, 발퀴레는 1956년에 Kirsten Flagstad 가 녹음한 발퀴레 1막과 3막이 시장에 있었기에 차별화를 두고자 했습니다. (이 음반도 최근에 재발매된 것을 본 것 같은데.)

4. LP의 면수(side)로 볼때, 라인황금 6면 + 발퀴레 10면 + 지그프리트 10면 + 신들의 황혼14면 등 사실상 방대한 작업을 한 것은 맞습니다. 데카측에서 처음에 고민한 것이 LP 라는 새로운 매체와 재생기의 문제도 있었지만, 과연 이런 것을 살 (재력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고민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행스럽게 라인황금이 공전의 힛트를 기록하면서 나중에는 "음악적인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서 과감하게 판 수를 늘리는" 만행까지 여유있게 저지르는 단계에 오릅니다.

5. 처음 읽을 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컬쇼가 라인 황금의 프리카 역할을 맡았던 Kirsten Flagstad 사이에 오고간 서신에 대한 것입니다. 비록  1930년대와 40년대를 주름잡았던 브륀힐데였을지라도  그 당시 Flagstad는 사실상 은퇴를 한 소프라노였는데 이 여자를 잡기(?) 위해서 컬쇼는 끊임없이 편지를 쓰고 개인 서신을 교환합니다. 그리하여 그녀에게 (해 본적도 없고, 사실상 마이너 역할로 떨어지는) 프리카 역을 OK 받는 지점까지 갑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연락을 하다가 그녀가 그만 죽었다는 소식에 아직도 이해가 안될 정도로 컬쇼는 쇼크를 먹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6.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반지를 녹음하는 동안 있었던 여러 가수들/지휘자들의 온갖 뒷 이야기가 다 나옵니다.

솔티 링의 지크프리트는 볼프강 빈트가센이 맡고 있는데, 어이없게도 막판에 결정된 대타였다고 합니다.  컬쇼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테너 - 뉴스그룹에 물어보니 Ernst Kozub 이라는 가수라고 합니다. - 에게 지크프리트 역을 주고 비엔나 필과의 실제 녹음까지 해 본 상황에서 "도저히 안되겠다"는 판단을 솔티와 같이 내리고, 마침 비엔나에 와 있던 빈트가센에게 가서 사정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때  출연료 문제로 매니져와 문제가 생기자, (이미 라인황금의 성공 스토리를 알고 있었던) 빈트가센이 "어떻게 돼었던, 나는 가서 노래부를꺼야" 해서 간신히 지크프리트의 녹음이 끝나는 후일담이 나옵니다. 결국 빈트가센이 그 다음 신들의 황혼에서도 타이틀 롤을 맡게 됩니다.

브륀힐데를 맡았던 브리지드 닐슨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차게 대하고 또 그렇게 평가합니다. 아마도 글로 쓰지 못할 무엇인가가 있었던 듯 합니다. 다만, 그녀와 했던 모든 녹음에서 뭔가 하나 우스개 소리를 만드는 전통(!)이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실제로 컬쇼가 준비한 조크는 신들의 황혼 끝 브륀힐데의 마지막 아리아 부분중 "그라네, 나의 말 ! 이제 내게로 오너라!" 라는 대사가 있는데, 브륀힐데가 그 부분을 녹음하기로 되어 있는 날, 실제로 말 한 마리를 부탁해서 이 부분을 노래할 때 무대 뒤로 말을 끌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이 코믹한 장면은 Ring Resounding의 비디오 버젼인 BBC의 Golden Ring에 아주 잘 잡혀 있습니다.

Astrid Varnay도 나올뻔 했습니다. 발퀴레 녹음을 준비하면서 프리카 역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는데, 반대로 말도 안되는 제안(정확한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만, 보나마나 뻔합니다. 자기에게 브륀힐데를 넘기라는 것이겠지요)때문에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고 쓰면서, 나중에 후회하게 될 사람은 뻔하다고 씁니다.

나중에 불레즈 링에서 브륀힐데를 맡았던 Gwyneth Jones가 신들의 황혼에 라인의 처녀로 나옵니다.

7. 1966년 뵘 지휘의 바이로이트 발퀴레 공연을 보고 한 악평도 재미있습니다. 그대로 옮겨 봅니다: "긴장이 필요한 순간, 예를 들어 보탄의 도착씬은, 너무 시끄럽고 리듬은 느슨했다;게다가 감정이 폭발해야 하는 순간들은, 보탄이 브륀힐데를 마지막으로 끌어안는 E-Major의 오케스트라 같은, 멍청하다할 정도의 무관심속에 지휘되었다. 마치 지휘자는 짤쯔부르그나 다음 약속이 잡힌 곳을 가기위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음반이나 영화나 그 어떤 매체가 되었던 간에 (바그너에 대한) 지식이 널리 퍼져서 이런 식의 공연이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때가 빨리 오게 된다면, 음악계 전체, 그리고 특히 바그너에 관해, 훨씬 건강한 세계가 될 것이다."  그 지향점이 전혀 다를지 모르는  두 팀 - 뵘과 솔티/컬쇼 - 의 반지가 오랜 기간 동안 모든 바그너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연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컬쇼가 나중에 어떻게 받아 들였을 지 궁금합니다.

8. 많은 바그네리안들이 그토록 떠드는 스티어호른 이야기도 나오고, 발퀴레에 등장하는 알픈 혼 이야기도 나오고, 니벨하임 씬에서의 풀무 이야기며, 라인황금 4막의 니벨룽들의 비명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어린이들을 모으는 이야기등, 사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간단하지만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복잡한 여러 인사이드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9. 그중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당시 비엔나의 분위기 - 커피 숍에서의 루머가 신문보다 빨리 퍼지는 -와, 녹음실로 쓰였던 소피엔 잘 부근의 교통 전체를 경찰들이 알아서 통제해 주었기에 별 다른 소음없이 세션이 진행된 것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이런 일이 불가능하겠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가능했었나 봅니다. 물론 책을 보면 경찰들에게 꼬냑 몇병을 건넨 것처럼 되어 있지만..... 아, 또 한가지. 중간에 니벨룽의 반지 악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비엔나 필의 각 연주자마다 가지고 있던 악보가 짧게는 30년 길게는 거의 60년된 필사본들이어서, 그것을 하나로 통일하는 작업을 중간에 병행했어야 했다는 기술입니다.  필사본 반지 악보라....

10. 사실 책을 읽으면서 부러웠던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부러움은 단순히 한 개인이 의지와 열심을 가지고 유명 지휘자/가수들와 역사적인 레코딩을 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거느리고 있던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부러움이었습니다. 돌이켜 보건데,  Culshaw라는 사람은 영국이 2차대전의 승전국으로의 영예를 누리던 1950년대, 당시 최첨단(?) 기술이었던 레코딩 업계의 세계 최고 기술자들과 같이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니벨룽의 반지라고 불리우는 음악사에 길이 남는 작품을 이해하고 이를 해석해내는 음악적 안목과 기술적 뒷받침, 거기에 온갖 가수들의 뒷바라지를 잡을 수 있는 행정력까지 겸비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렇듯 당대 최고의 엔지니어들과 최고의 지휘자들, 양쪽을 모두 아우르는 경험과 안목은 참 부럽습니다.  어떤 때는 악보를 들고 지휘자에게 쫒아가서 틀렸다고 따지고, 어떤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만으로 반지의 무대를 완벽하게(?) 만들어 내고, 동시에 스테레오라는 기술을 쫒아갈 뿐만아니라 더욱 개량하고 낫게 만들어 내는 인물.  최근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보면서, 이래가지고는 나라의 발전이 없겠다는 생각을 심각하게 들게 한 책이었습니다.

 

[박원철의 판단]
권유대상: 솔티 링에 대한 애착이 있으신 분.
        혹은 1950대~60년대의 음반계 상황이 궁금하신 분.

소장가치: B
꼭 읽어야 되는 것도 아닙니다만 일단 절판되어 있습니다.  우연히 보시면, 가격보지 말고 사셔도 됩니다.

 

[아마존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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