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Review:

바그너 오딧세이

-- 박준용

 

 

 



[총평]
바그너에 관해 서술하고 있는 한글 서적중 최고라고 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바그너 관련 책을 단 한권만 사야 한다면, 바로 이 책입니다.
한 마디로 교과서입니다.


[목차]
제 1부: 생애
프롤로그
출생
사춘기
첫사랑
파리
드리스덴
혁명
리스트
취리히
트리스탄
루드비히
베니스에서의 죽음
그 이후

제 2부: 작품
방황하는 화란인
탄호이저
로엔그린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
니벨룽의 반지
- 라인의 황금
- 발퀴레
- 지그프리트
- 신들의 황혼
반지에 관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
파르지팔
에필로그
바이로이트 참관기 - 서정원


[저자]
<오페라는 살아있다>, <디바 마리아 칼라스>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분입니다. 흔히 보는 오페라 자막중 이 분이 만든 것이 종종 눈에 띱니다.

[기억나는 내용]
1. 책의 내용은 지은이가 CD Guide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것을 묶은 듯 보입니다.
각 챕터가 거의 일정하게 20 ~ 30페이지 단위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 그런 심증이 더 분명해집니다.

2. 눈치 빠른 분은 목차에서 느끼셨겠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표준적인
해설서의 형태를 쫒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바그너에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처음부터 쭉 쫓아가시면 되고, 특정 작품/시대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자기 원하는 부분만 보시면 됩니다.

3. 내용은 무지 좋습니다.
해설서로서의 가치는 책값을 뛰어 넘습니다. 이 책 때문에 앞으로 10년간은
국내에 바그너 해설서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옆에 커피 한잔
내려 놓고 키득키득 거리면서 쭉 읽어 나갈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이제까지의 바그너 관련 서적들은 지나치게 어려웠거나, 함량 미달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바그너 초보자에게도 부담 없이 권해줄 책이 나왔습니다.

4. 바그너와 관련된 일반적인 논의 주제는 빠지지 않고 꼼꼼히 다루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초기 작품, 히틀러, 그리고 음반 추천 정도가 빠진 내용이랄까?

5. 글의 포맷은 에세이도 아니고, 사실 전달의 딱딱한 문장도 아닌, 다소 묘한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받아 들여지는 설명이 몇 문단 나온 후에,
지은이의 개인 시점으로 돌아와서 설명에 대한 부가-설명 혹은 재해석이
이어지는 형태입니다. 특히 이런 재해석부분에서 저자의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들이
번뜩이기도 하고, 더 생각해 볼 거리를 제공하기도 하곤 합니다. 혼자 웃음을 짓게
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6. 저는 이 책을 모두 3번 읽었습니다. 처음 나왔을 때 1번, 개정판(?) 나왔을 때 1번,
그리고 리뷰 쓴다고 한번 더. 3번씩이나 읽었고 또 그 사이 다른 지식이 늘었을(?)
만도 한데, 여전히 새로운 내용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살짝 놀랐습니다.

예를 들어, 니벨룽의 반지 Das Rheingold의 명칭에 대한 서술에서
 

"옛날에는 '라인강의 황금'이라고도 했지만
요새는 '라인의 황금' 혹은 그냥 '라인골트'라고 한다.
영어로도 50년전에는 'The Rheingold'였다가
요즘은 The 대신에 Das를 붙이려는 경향이다".

생각 안 해본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지적이 있는 책은 (국내외에) 처음이었습니다.
이쪽 분야에서 오래 오래 버틴 공력에서만 나오는 관찰입니다. 노련한 바그네리안에게도
이 책은 이런 점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7. 이 책은 초판과 개정판(?)이 있습니다. 초판은 표지도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것과
달랐고, 특히 제본과 활자체가 별로 였습니다. 서점에서 꼭 "하얀 색 표지"로
되어 있는 것을 고르셔야 합니다. 양쪽 모두 내용은 동일하지만.....

8. 부록으로 프리챌 청년 바그네리안 회원이신 서정원 선생님의 "바이로이트참관기" (2002년)이
붙어 있습니다. 원 글은 서정원 선생님이 청바 게시판에 올리셨던 글입니다.
다시 읽어 봐도 정말 잘 쓴 글입니다.

9. 이 책도 약점은 있습니다.

우선 제 불만은 독창적인 요소가 없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작품 해석도 없고, 새로운 이론의 소개, 혹은 논쟁 거리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기분 좋게 읽었고, 흠 잡을 것도 없이 매끄럽지만, 뭔가 빠진 듯한 아쉬운 느낌말입니다.
해설서의 한계에 정면으로 딱 부딪히는 기분이었습니다.

또, 문체(style)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끝에 가서 꼭 한번 비틀어 보고 끝나는" 박준용 선생님의 스타일을
몹시 좋아하지만, 이런 문체에 익숙하지 않은 착한 분들은 "왜 갑자기 여기서
저자의 이런 황당한 생각이 튀어 나오나?" 당황할 수 있습니다.
순수한 바보(초보)들 - Parsifal? - 에게 바그너적인 문체를 들이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10. 아마 당분간 한글 서적을 이용한 바그너 공부 코스는
바그너 오딧세이(박준용) - 게르만신화, 바그너, 히틀러 (안인회) - 바그너의 생애와 예술(김문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이후에는 그야말로 각자의 취향에 맞추어서  새로 커리귤럼을 짜야겠지요.
 쇼펜하우어-니체의 철학 코스, 브룩크너-말러의 음악사 코스, 신화와 낭만주의의 문학 코스 외에
개개 작품에 대한 탐구등등.....


[박원철의 판단]
권유대상: 바그너 듣겠다/듣는다고 생각하는 사람.
한국의 모든 바그네리안들과 애증관계를 맺을 책으로 보입니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바그너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몹시 많아지겠지만,
동시에 그분들이 어느 수준 이상 오른 다음에는,
"왜 이렇게 밖에 안 썼느냐 / 왜 이 이야기는 뺐느냐?"는 원망을 들을 책입니다.

소장가치: A+
바그너 접을 때쯤 되서 팔아 버리시면 됩니다.
우선은 20,000원 내시고 461 pg.짜리 책 하나 사셔야 합니다.

   

처음으로

서적 리뷰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