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동기 만드는 법

 

"상상해보세요 - 단 하나의 Eb 3화음 위에 라인황금의 '전체' 기악부 서곡이 쓰여집니다"
(프란츠 리스트에게 보내는 바그너의 편지, 1854년 3월 4일)
 

 

 

 

여기서는 바그너가 어떻게 해서 여러 유도동기들을 만들어 내게 되는지 그 장치들을 살펴 보도록 합니다. 그가 사용했던 방법들을 보시고 나시면, 바그너가 천재 - 특히나 몹시나 게으른 천재 -였음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방법1:  속도의 변화

바그너가 말했던 Eb 3화음은 극 전체의 맨 처음인 라인황금 1장의 서곡 시작부분에 나오는 자연(원형)이라 불리우는 3화음입니다.  이 유도동기를 조금 더 빠르게 하면서 현악기 소리를 더하면, 자연의 유도동기가 됩니다. 이 두 유도동기를 가지고 라인 황금의 서곡을 쓴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자연의 유도동기를 2배의 속도로 해서 연주하면, 그때는 유유히 흐르는 라인강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대조쌍 : ♬Original Nature Motive ♬Nature (Definite) ♬Rhine
(느리게)  -   (원래 속도)   -   (빠르게)

속도의 변화만으로도 느낌이 다른 괜찮은 유도동기들이 생겨났지요?

 

방법 2: 조성의 변화

바그너가 썼던 트릭 No 2. 만물이 자라고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Original Nature Motive의 조성은 - 당연히 - 장조(major) 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이 같은 장조의 조성을, 대립적인 단조 (minor)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모든 것의 쇠퇴, 쇠락을 말해주게 된다는 것이 그 답 아닐까요?  에르다가 바로 그 유도동기입니다.
 

대조쌍 : ♬Nature (Definite) ♬Erda
자연 (장조) 에르다 (단조)

왠지 모르게 점점 바그너가 천재처럼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방법 3: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뒤집는다면? (Inversion)

일단 몇개의 유도 동기가 만들어진 후, 바그너는 그것을 뒤집는 방법을 사용해서 새로운 유도동기를 만들어냅니다. 에르다의 동기가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동기라면, 그와 대조되는 신들의 황혼 동기는 위에서 내려오는 방법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대조쌍 : 에르다  ♬Erda 신들의 황혼  ♬Twilight of Gods
상승 모티브

하강 모티브

여기서 신들의 황혼 앞 부분은 에르다의 주제를 반복하고 있고 (Rising,1~10초), 뒤쪽의 하강하는 선율이 바로 신들의 황혼이라 불리우는 (Falling, 11초~23초) 유도동기입니다. 이쯤되면 바그너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이리 저리 돌리면서 쉽게 장사한다는 느낌이 드실 것입니다.

 

 


방법 4:  리듬의 변화

Original Nature Motive를 4분의 3박자로 바꾸고 단조로 바꾼 이후에 약간의 리듬감의 변화를 주면서 생긴 것이 세계수 입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들릴지라도, 뒤로 지나가는  오케스트라의 혼과 바이올린 소리를 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대조쌍 :    
♬Original Nature Motive    ♬World Ash Tree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도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본/기준이 되는 극 소수의 유도동기들을 제외하고, 바그너는 위에 열거한 방법들을 이용하여 유도동기들을 끊임없이 늘려갑니다. 반지의 어느 부분을 가져다 놓아도 마치 들었던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또 바그너의 모든 유도동기를 열거하려는 노력들이 별 의미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외에 다소 그 빈도수가 낮지만, 바그너가 사용했던 방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방법 5: 전조 (Transposition)

같은 지크프리트의 유도동기라도 지크프리트에서 나올 때와 신들의 황혼에서 나올 때 다르게 들립니다. 유일한 차이는 조성의 높낮이가 다를 뿐입니다. 그러나 이를 가지고도 일부 평론가들은 *로 표기된 지크프리트에서의 유도동기가 신들의 황혼에서 *로 높이 전조된 것을 가지고 "지크프리트가 그만큼 성장했음을 반영하려 했다"는 해석을 내립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글쎄요......."입니다.

예) 지크프리트에서의 ♬Siegfried 와 신들의 황혼에서의  ♬Siegfried

 

방법 6: 합체 신공

전형적인 바그너적인 시도. 복합 유도동기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에 의하면  이제까지 만들어 놓은 유도동기 몇 가지를 합쳐서 하나의 새로운 유도동기를 만들어 냅니다. 대표적인 예는 에르다 + 신들의 황혼 + 보탄의 좌절 을 합쳐서 "신들의 필요"라고 데릭 쿡이 이름붙인 유도동기입니다.  작명 실력 하나는 정말 대단하지요?

예)   에르다 ♬Erda + 신들의 황혼 ♬Twilight of Gods +   ♬Wotan's Frustration  ===>

 ♬The Need of Gods

 

방법 7: 절단 신공

합체신공이 있었다면, 절단 신공도 있겠지요. 바그너가 얼마나 잔머리를 굴릴 줄 아는 사람인데 없겠습니까? 절단 신공의 대표적인 예는 아마도 사랑의 여신 프라이아의 동기일 것입니다.  다음의 예에서 볼수 있듯이 상승하는 1부주제와 하강하는 2부주제를 나누어서 각각을 따로 발전시켜 나갑니다. 1부주제는 날아갈 듯이 가벼운 느낌이 필요할때, 2부주제는 장중한 느낌의 유도동기들을 파생시킵니다.

예) ♬Freya(Complete) 1.  ♬Freya (1st seg) --> ♬Siegmund & Sieglinde
    2.  ♬Freya(2nd Seg) --> ♬Volsung's Bond of Sympathy

 

방법 8: 재활용, 혹은 다른 곳에서 쓴 것 다시 가져다 쓰기

다행스럽게 남의 것을 표절해서 쓰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지그프리트 목가에서 두 개의 모티브를 빌려다가(?) 썼습니다.

예)  목가 ♬Idyll   //  세상의 보물 ♬World's Treasure

 

 

- 유도동기와 관련된 주의 사항

  1. 곡의 모든 부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도동기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그너의 음악도 다른 모든 작곡자의 음악처럼 그냥 계속 흘러가는(ever-flowing) 음악이며, 그중 아주 짧은 순간 동안의 멜로디가 유도동기들일 뿐입니다. 또 많은 경우, 특정 악기의 멜로디에만 (다른 악기들은 다른 멜로디의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 유도동기들이 나타납니다. 극 전체에서 유도동기를 샅샅이 찾으려는 노력도 좋지만, 음악 자체를 즐기면서 가끔씩 나타나는 유도동기들을 찾아 보는 것이 훨씬 유익합니다.

  2. 유도동기의 이름이 절대적인 것도 아닙니다. 몇몇 유도동기의 이름은 분명한 것이서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유도동기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 라고 붙인 유도동기에 Holman, Donnington, Cooke는 *** 라는 표제를 붙였습니다. 이런 현상은 유도동기가 상황 혹은 감정상태를 나타내는 추상적인 것이 될수록 더욱 심해집니다.

  3. 또 위에 제시한 유도동기의 변형 방법들이 재미나기는 하지만, 이 또한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에르다가 쇠락과 쇠퇴를 상징한다고 하지만, 들어보시면 음 자체의 진행은 상승음들의 연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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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동기에 대하여
주요 부분의 유도동기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