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동기(Leitmotif) 소개

 

   

- 유도동기의 정의

  •  "오페라 혹은 교향시등에 나타나는 반복되는 음악적인 주제.
          영어로 Leitmotif, 독일어로 Leitmotiv (Encyclopedia Britanica)"
  • 바그너 자신의 말을 빌리면  "melodic moments of feeling"

유도동기는 어떤 인물이나 주제를 묘사하기 위한 멜로디입니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중 하나인 거인이 무대에 나타날 때마다 오케스트라는 ♬거인이라는 유도동기를 울려줍니다. 혹은 아직 거인이 등장하기 이전이라도 미리 울리는 거인의 동기를 듣고 우리는 거인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또 단순히 지칭할 수 있는 사물뿐만아니라 감정상태(예를 들어 사랑)나 어떤 특별한 상황(알베리히의 저주)이 반복하여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유도동기의 사용은 단순히 대사의 사용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등장인물의 미묘한 감정변화 - 의심이나 연민, 혹은 분노-와 더불어, 경우에 따라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의 답을 암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몇가지 재미난 예들을 살펴 볼까요?

 

- 유도동기의 예

라인 황금의 4막에는 온갖 역경을 헤치고 얻은 발할라를 바라보며 보탄이 "위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때 흐르는 유도동기가 검의 목적입니다. 이때는 아직 칼-노퉁-이 무엇인지, 누가 그 칼을 쓸 것인지도 분명치 않은 때입니다. 하지만 발퀴레에 와서 지그문트가 아버지가 심한 필요속에 자기에게 약속한 칼에 대해서 노래할 때에 꼭 같은 동기가 - 조성도 꼭 같이 -  다시 등장합니다. 그래서 동기의 이름이 검의 목적인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유도동기는 한 극에서 있었던 사건과 내용들을 다른 극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줍니다.

 

- 칼: 노퉁

칼 이야기를 계속 해 볼까요? 지그문트와 지크프리트는 둘 다 보탄이 남기고 간 칼 - 노퉁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서 노퉁이란 명칭은 "곤경속에서의 필요"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지그문트는 나무에 박혀있던 칼을 뽑은 것이고, 지크프리트는 산산조각난 칼을 직접 녹여서 새로 칼을 벼린 경우입니다. 두 칼이 같은 칼인지 아니면 다른 칼인지 궁금하시지 않으십니까? 직접 들어 보시면 판단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조성(Am vs. Dm)만 다를 뿐 두 개가 같은 칼을 의미하고 있음을 아실 수 있습니다. 사실 지그문트를 키운 봘제의 의도속에 처음부터 자기 아들 지그문트에게 이 노퉁을 넘겨줄 생각이 숨겨져 있었음은 다음을 들어보시면 알게 되십니다. 왜냐하면 지그문트에게 가르쳐준 자기 이름 -봘제 -이 실은 노퉁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결국 이 노퉁은 군터를 위해 브륀힐데를 잡으러(?) 갔던 지크프리트가 날이 샐 때까지 그녀를 건들지 않겠다고 결심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놓아 서로의 결백(?)을 입증하는 자료로 쓰이는 장면에서도 등장합니다. 이때 나오는 동일한 유도동기 -비록 템포는 다르지만 -는 신의(Honour)라고 불리우게 됩니다. 이것도 한번 들어 보시지요. 같은 높낮이로 움직이는 것을 들으셔야 합니다.

 

 - 알베리히의 저주

반지씨리즈는 니벨룽의 반지를 둘러싼 욕망과 좌절, 그리고 배반으로 이어진 극적인 반전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요? 그 답중 하나는 바로 반지가 품고 있는 저주 ♬Curse 때문입니다. 다음은 알베리히가 반지를 빼앗긴 직후 반지에 걸은 저주의 내용입니다.

 

Kein Froher soll seiner sich freu'n,

그 어느 즐거운 사람도 이로부터 즐거움을 얻지 못할 것이며,

 

keinem Gl?klichen lache sein lichter Glanz!

그 어느 행복한 사람도 밝은 빛깔에 웃음을 짓지 못하리라.

 

Wer ihn besitzt, den sehre die Sorge und

이것을 가진 자를 걱정이 삼켜 버릴 것이요,

 

wer ihn nicht hat, den nage der Neid!        

가지지 못한 자들은 시기심이 갉아 먹으리라.

 

Jeder giere nach seinem Gut,

모두가 소유하기 위해 쫓아다니지만,

 

doch keiner geniesse mit Nutzen sein!

아무도 그 사용을 기뻐하지 못하리.

 

 Ohne Wucher h?' ihn sein Herr;

아무 소득도 없이 그 주인은 그것을 지킬 것이나,

 

doch den W?ger zieh' er ihm zu!

반지는 주인의 멸망자를 끌어 들이리.

 

 

 

 다음은 알베리히의 저주 동기가 실제로 실현되어 나타나는 곳 목록입니다. 한번 생각해보시지요.

  • 알베리히가 반지의 주인에 대해 저주를 할 때

  • 거인 파프너가 보물 분배를 놓고 파솔트를 쳐죽인 직후

  • 파프너가 지크프리트의 칼에 맞고 넘어지면서

  • 지크프리트가 미메를 죽일 때

  • 하겐이 도착하는 지크프리트를 맞이하면서

  • 지크프리트가 군터를 위해 변장을 하고 브륀힐데를 얻어다 주겠다고 제안할 때

  • 하겐, 군터, 브륀힐데가 지크프리트의 죽음을 모의하며

  • 하겐이 지크프리트의 등을 찌르면서

  • 하겐이 반지에 손대지 말라며 라인강으로 뛰어들어 갈 때

웬지 섬뜩하시지요?

 

- 지크프리트 - 봘숭족 - 에르다

지크프리트에 대한 언급이 맨 처음되는 곳은 지크프리트의 1막1장이 아니라, 발퀴레 3막1장에서 브륀힐데가 지그린데에게 그녀의 태속에 영웅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에서 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지크프리트 주제가 처음 등장하는 곳이 발퀴레라는 사실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또 지크프리트의 유도동기는 봘숭족의 유도동기와 매우 유사합니다. 그의 출생신분을 고려해보면 이것도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지요. 왜냐하면 바로 자기 자신이 봘숭족 - 지그문트와 지그린데 -의 후예이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지크프리트의 주제는 바로 봘숭족 동기의 앞/뒷부분만을 따서 새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또 이런 지크프리트나 봘숭족의 유도동기는 다름아닌 대지의 여신 에르다의 동기에서부터 나온 것입니다. 모두 같은 Cm로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으신지?

내친 김에 한 가지 유도 동기만 더 이야기하지요. 에르다와 보탄 사이에 태어난 딸들 - 즉 발퀴레들 -도 바로 에르다의 주제에서 분리된 것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처음 3음표를 자세히 들어 보시고 나름대로 변형을 하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 수 있습니다.

 

- 유도 동기를 만들어 가는 방법

만약 유도동기들이 악극내의 상호 관련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런 관련성은 하나의 유도동기를 이리 저리 비틀어서 새로운 유도동기를 만듦으로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본 에르다의 주제에서 뽑아낸 발퀴레의 주제는 그 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에르다가 낳은 -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발퀴레이니까요. 비슷한 다른 예를 볼까요. 우선 라인강의 처녀들이 황금을 찬양할때 부르는 노래중 후렴부에 해당하는 ♬헤야야헤이야(Heiajaheia)을 들어 보시지요. 이 노래는 원래 라인강 처녀들의 기쁨을 표현하는 노래였습니다.

라인강의 처녀들이 알베리히에게 황금을 빼앗긴 후, 불의 신 로게가 보탄 앞에서 황금을 찾아달라는 라인처녀들의 부탁을 전하는 장면에도 이 유도동기가 다시 등장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이미 같은 유도동기가 아님을 아실 수 있습니다. 기쁨을 노래하던 종전의 장조(major)가 이제는 슬픔을 암시하는 단조(minor)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섬찍하지요? 하지만 이 유도동기는 다시 한번 모습을 바꾸어서 전혀 새로운 유도동기로 쓰이기 시작합니다. 바로 황금에 의해 노예 생활을 하게 된 난쟁이 니벨룽들의 동기입니다.

극중에서 기쁨과 찬양의 대상이었던 라인강의 황금이 타락(?)하게 되어 결국은 이기심과 탐욕의 비참한 노예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과 발을 맞추어 같은 음악도 점차 그 모습을 바꾸어 가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조 바꿈을 이용한 유도동기의 활용 예를 라인강 처녀들의 바로 앞 노래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같은 가사의 음악도 하나는 황금을 잃어 버리기 전이고, 다른 하나는 잃어 버린 후입니다.

두 번째가 왠지 모르게 구슬프게 들리는데는 C -> Ab로 조가 전환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조 바꿈으로 보탄이 황금반지를 돌려주지 않는 데에 대한 라인강의 처녀들의 슬픔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됩니다. 반지 극 전체가 이런 상징체계로 가득합니다.

 

 - 고수들을 위한 제안

  • 발퀴레 서막을 지배하는 유도동기의 이름은 ♬폭풍입니다. 이 폭풍속에서 천둥 번개의 신인 ♬도너의 유도동기를 찾아 보십시오. (힌트: 맨 마지막 부분에 등장합니다.)
  • 지크프리트 2막에 지크프리트가 용을 죽이고 반지를 얻은 이후 이 반지의 용도와 주인에 대해 의아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때 잘 들어보시면  그 답 - ♬라인강의 처녀들의 동기-이 뒷 배경으로 지나갑니다.
  • 지크프리트 3막에서 지크프리트가 브륀힐데를 깨운 다음, 브륀힐데가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중에 "당신은 나의 삼킬듯한 눈빛에 눈멀어 버렸나요?"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때 아주 잠깐 배경음속으로 ♬용의 주제가 흘러나옵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혹시 용같은 여자? 아니면 여자는 원래 용?
  • 그 유명한 논쟁 - ♬Renunciation of Love - 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역사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발퀴레 1막에서 지그문트가 나무에서 칼을 뽑기 직전에 나온 유도동기 ♬사랑의 부인(지그문트) 가 사랑을 부인하는 내용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의 최정점 (가사 - "가장 거룩한 사랑의 가장 깊은 고통// 목마른 사랑의 타는 듯한 욕망")을 노래한다는 사실때문이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목이 잘 못 붙여진 것입니까? 이 정도의 예외는 있을 수 있는 것입니까?
 
     

처음으로

주요 사물 FAQ
유도동기 만드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