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씨리즈 FAQ

 

   

 질문: 반지 씨리즈에 대한 한글 번역을 보면 어떤 곳에서는 "니벨룽의 반지"라고 되어 있고 또 다른 곳에서는 ""니벨룽겐의 반지"라고 되어 있습니다. 도대체 어느 것이 맞는 것입니까?
대답: "니벨룽의 반지"가 맞습니다.
독일어 원문은 "Der Ring des Nibelungen"입니다. 이때 Nibelungen 끝에 붙은 "-en"은 Nibelunge의 단수 소유격어미(singular possessive)로서 영어로 번역해보면 The Ring of the Nibelung, The Nibelung's Ring이 됩니다. 가끔 Nibelungen을 복수 소유격 어미(니벨룽" 들"의)로 보시는 분도 계시는데, 그렇게 되려면 원본 제목이 "Der Ring *DER* Nibelungen"이 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여기서의 단수로 지칭된 니벨룽은 아마도 알베리히겠지요.
(이유선님이 지적해주신 내용입니다: 대부분의 독어 사전에서 단수형인 Nibelunge보다는 복수형인 Nibelungen이 먼저 나오고 있답니다. 이 이야기는 "니벨룽족속 전체"라는 의미로 쓰이는 -즉 복수명사의 의미가 우선적으로 쓰이는 - 단어라는 것이고, 단수가 아닌 복수로 해석하시는 분들의 근거로 제시되곤 합니다.)
 

 질문: "니벨룽"은 무엇입니까?
대답: 극에 등장하는 모든 난쟁이를 통칭하는 말이 "니벨룽" 입니다. 영어로 Night Dwarf 혹은 Half-Elf로 번역되곤 합니다.
 

 질문: 반지씨리즈를 반지 3부작(Ring Triology)라고 쓴 것을 보았습니다. 이거 원래 4부작 아닙니까?
대답: 4일밤 동안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좀더 정확한 명칭은 "3일밤과 하루의 전야를 위한 오페라"입니다. 따라서 3부작이라고 써서 틀린 것도 없습니다. 바로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반지 씨리즈 혹은 반지 순환(Ring Cycle)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런 4부작(Tetralogy)의 형식은 원래 그리스 연극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주로 3일간의 비극과 하나의 풍자곡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바그너가 알고 이 형식을 차용했는지에 대해서는 문헌상 확인된 것이 없습니다.
 

 질문: 극이 일어 나는 곳은 인간세상입니까? 아니면 신들의 세상입니까?
대답: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이전인 전혀 다른 신화속의 세상이라고 보시면 좋습니다. 굳이 나눈다면, 북구신화 속의 세계은 난쟁이가 사는 곳인 니벨하임(안개의 나라), 신이 사는 아스가르드, 그리고 거인이 사는 리젠하임(혹은 요퉁하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사람은 주로 아스가르드의 주변 혹은 리젠하임의 주변 - 미드가르드라고 불리우는 - 에서 사는 존재입니다(그래서 양쪽에게 모두 당하고 삽니다).
 

 질문: 이 반지씨리즈는 오페라입니까? 오페라치고는 너무 길고(15시간!) 내용도 복잡하고 ......  그렇다고 노래 나오고 오케스트라 나오는데 오페라가 아니라고 하기에도 우습고 ......
대답: 일반적으로 오페라의 범주에 들기는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오페라는 아닙니다. 오히려 바그너 자신의 말대로 "악극(Music Drama)에 더 가깝습니다. 시(대본)와 노래, 그리고 음악과 무대 연출이 하나로 어우러진 종합예술 말입니다. 만약 바그너가 100년만 늦게 태어났었다면 스필버그를 능가할 영화감독이 되었을 것을 확신합니다. 바그너 자신이 자세히 써 놓은 무대 연출 방법을 보면 그 당시로써는 상상도 못할 일들을, 정상적인 무대 장치로는 불가능한 일들을, 즉 영화속에서나 가능한 일들을 많이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첫 장면에 나오는 라인강의 처녀들은 *물속에서*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또 무지개다리만 해도 원본에는 정말 계곡사이에 *진짜 무지개다리*가 놓였으면 하는 그런 의도였습니다. 컴퓨터 그래픽밖에 답이 없지요.
 

로린마젤의 Ring without word  질문: 저는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남들 앞에서 아는 척을 해야 하기에 반지 씨리즈를 쉽게 끝내고 싶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대답: 이 악극은 금방 끝내기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 보십시오. 우선 줄거리를 세 번 이상 읽어 보십시오. 이때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을 외우셔야 합니다. 그다음 발췌곡으로 구성된 음반을 몇 번 들어 보십시오. 로린 마젤이 반지에 나온 주요 곡을 엮어 씨디 1장 분량으로 재구성한 Ring Without Word는 한번 들어 보실만 합니다. 혹 남이 이 악극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묻거든 무조건 등장인물을 "머저리 병신"이라고 욕을 하시면 됩니다.(크게 볼 때 이 악극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도 계속 당신의 의견을 물으면, 그냥 "참 좋았다"고 되풀이 하시면 됩니다.
 

 질문: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15시간은 너무 많습니다. 꼭 들어야될 곡을 뽑으라면 .....
대답: 할 수 없지요. 흔히들 발퀴레의 3막 서곡인 발퀴레 비행(The Ride of Valkyrie)이라는 곡을 좋아하시는데, 일반적으로는 라인강의 황금 도입부인 1막1장의 자연 ♬Nature 주제나 발퀴레 마지막 부분  마법의 불 ♬Magic Fire를 더 높이들 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들의 황혼에 나오는 라인강의 항해나 장송행진곡을 꼽으시는 분도 계시고요.
 

 질문: 그래서 에르다가 그토록 이야기했던 세상의 종말이 언제 옵니까?  "신들의 황혼"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대답: 에르다가 이야기한 것은 "신들의 황혼"이지 이 세상의 종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신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아니면 기우는 해처럼 세력을 잃어간다는 표현이 무엇을 상징하고자 하는 것인가 겠지요. 유명한 바그네리안인 버나드 쇼의 해석을 빌린다면 아마도 반지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은 바그너 당시(초기 산업사회)의 서로 다른 사회계급에 대한 비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해석에 의하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표가 성립할 수 있겠지요.

    •  극중 인물

       상징

       황금/반지

       자본주의 내의 돈

       알베리히

       속물, 자본가, 착취계급

       발할라의 신들

       교회

       지그프리트

       신흥계급

       

       

그리고 이 표에 의해서 보면 산업화와 관련된 "신들의 황혼"은 거의 불가피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바그너 자신의 정치관도 이런 가정을 어느 정도 지지해주고 있습니다.
 

 질문: 발퀴레 2막 끝부분 에 지그문트가 훈딩과의 싸움을 기다리며 마지막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나오는 금관악기중에 무슨 악기인지 불분명한 (다소 둔탁하고 무거운) 소리가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인가요?
대답: 소리가 다른 것을 느끼셨다면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바그너는 반지의 연주를 위해서 다양한 악기들을 동원하는데, 그중에서도 정말 색다른 것을 꼽으라면 모루(Anvil)과 지금 이야기하신 스티어 호른(Stierhorn)입니다. 모루는 라인강의 황금3막에서 중점적으로 들으실 수 있고, 스티어호른은 발퀴레 2막과 신들의 황혼 2막에서 사용됩니다. 바그네리안 호른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스티어호른은 악기가 아닌 비상소집용 나팔 소리를 원했던 작곡자의 원 의도대로 상당히 무식한 소리가 납니다. 그런 이유로 대개의 연주에서는 트럼본으로 대체해서 연주되기도 하는데, 솔티의 반지를 제작 연출했던 John Culshaw에 의하면 자기들도 이것을 만들기 위해 바이로이트의 악기상에 특별 주문을 했었다고 합니다.
사실 스티어호른의 소리는 신들의 황혼 2막에서 하겐(Hagen)이 바위 꼭대기에 올라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부르기 직전에 가장 드라마틱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바그너의 원래 의도대로 연주되었다면 이때 모두 3대의 호른이 각기 다른 방향(가운데, 좌측, 우측)에서 서로 응답하는 느낌으로 엇갈려 들려야 합니다. 물론 이 악기는 반지의 연주외에는 쓰이는 일이 없는 그런 악기(?)로 알고 있었는데, Richard Strauss와 Bruckner가 자신들의 작품에서 이용했다는 주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질문: 어떤 사람들은 이 악극의 주제가 사랑의 승리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아닌 것 같은데......
대답: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반지씨리즈 맨 처음은 느린 혼의 연주로 라인강의 흐름을 묘사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오는 유도동기가 바로 자연입니다. 하지만 전체의 맨 마지막(신들의 황혼의 끝 장면)은 구속이라는 유도동기로 끝을 맺습니다. 중간에 반지, 발하라, 살인, 배반, 사랑, 죽음등의 여러 사건이 죽 늘어 서 있는 것이지요. 왜 하필 맨 마지막이 구속이라는 동기일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이 구속 ♬Redemption 이라는 동기는 발퀴레 3막에서 세상을 구할 영웅(지그프리트)이 태어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지그린데)가 살아남겠다고 결심할 때 한번, 그리고 맨 마지막에 온갖 역경을 다 거친 브룬힐데가 그 자신도 희생자였던 지그프리트를 용서하며 부를 때 한번, 그리고 그 이후의 오케스트라 부분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다시 한번 나오는 주제입니다. 사랑의 승리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요?
 

 질문: 지나다니다가 바그네리안(Wagnerian)이라는 말을 보았습니다. 이런 말이 정말 있습니까?
대답: 보셨으면 있는 것 아닌가요? 실제로 프리챌에는 청년 바그네리안바그네리안(옛, 하이텔 바그네리안)의 두 카페가 이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당연히 골수 바그너 주의자들의 모임이겠지요?) 이 단어 자체는 바그너주의자라고 번역할 수 있겠고, 바그네리안 말고도 바그너애호가(wagnerphile), 아니면 wagnerist, wagnerite라는 표현도 종종 쓰이곤 합니다. 이 단어에서 파생된 Beethovenian, Mozartian  Verdian 등의 단어도 상식으로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질문: "학교 숙제중에 니벨룽겐의 노래랑 니벨룽의 반지를 비교하라!"는 것이 나왔습니다. 빨리 해 주세요.
대답: 어이없게도 제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아마추어 애호가인 제 관점에서 볼 때, 이 둘은 별 상관이 없는 개개의 작품들입니다. 단지 제목에 "니벨룽"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두 작품을 비교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바그너의 말장난에 또 한번 당한 것뿐입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서적 리뷰 코너의 니벨룽겐의 노래 부분을 보시면 됩니다.

 

  질문: 이런 것을 묻기가 곤란하지만, 바그너가 나치주의자였다는데........
  대답: 바그너가 나치주의자였다기 보다는, 나치주의자들이 바그너를 좋아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반지씨리즈뿐만 아니라 로엔그린, 아니면 누벤베르그의 명가수같은 바그너의 여러 작품들은 중세독일 혹은 고대 북구의 신화 전설에서 그 소재를 따왔기 때문에 독일 민족주의의 짙은 냄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로이트에 참석하는 히틀러바그너가 나치주의자라는 주장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독일민족의 우수성을 선전해야 하는 나치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중에도 바그너의 작품만을 연주하는 바이로이트 축제를 계속 열었던 것을 가지고 사람들이 오해한 것입니다.
실제로 전쟁이 막바지에 달한 1944년에도 나치독일은 바그너의 명가수를 바이로이트에서 공연하도록 하였습니다. 1936(?)년에는 히틀러 자신도 바이로이트 축제를 독일 영도자의 자격으로 참석했었고(사진 참조), 또 전쟁중에도 많은 "영도자의 손님"들을 축제에 관객으로 보냈으며, 무엇보다도 당시 모든 행사 전후에 끼어있던 독일국가 제창 혹은 영도자에 대한 찬송을 바이로이트 축제에서만은 예외로 하도록 직접 지시한 것을 보면 히틀러 자신이 바그너의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미군이 진주한 1945년부터 1950년사이에는 바이로이트 축제가 열릴 수가 없던 것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물론 바그너 개인의 삶을 보아도 그가 유대인들을 싫어 했던 것은 분명하지요.
하지만 유대인인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적했듯이 바그너 자신은 한번도 반유대주의적인 음악이나 나치주의자들을 위한 음악을 쓴 적이 없습니다. 후세 사람들이 그렇게 해석하고 그렇게 갖다 붙이는 것이지...... 몇 년 전에 있었던 이스라엘 필하모니의 바그너 연주 거부 소동도 이런 맥락에서 보시면 됩니다.

 

 질문: 반지에 출연한 한국인 성악가는 없나요?
대답: 물론 있습니다. 아직 지그프리트나 보탄, 혹은 브룬힐데 역을 맡은 분은 안 계시더라도 말입니다. 우선 서울대 음대 교수님으로 계시는 강병운 Phillip Kang 선생님은 바이로이트에서도 잘 나가는(?) 하겐이셨습니다.1988년 바이로이트 무대에 하겐으로 처음 서신 이후, 2004년 ???파프너 역을 마지막으로  바이로이트에서 은퇴하신 강병운 선생님은 바이로이트, 스페인, 그리고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하겐역을 도맡으시면서 "가장 하겐다운 목소리 - 음흉하면서도 구슬픈 듯한 -"를 가진 베이스로 유명하십니다. 가끔은 거인역으로 출연도 하시고요. 글쎄요, 핀란드의 국민 오페라 가수 잘미엔 정도나 강병운 선생님과 어깨를 겨룰 수 있을까요?
또 다른 분으로는 메트로폴리탄에서 활약하고 있는 홍혜경씨를 들 수 있습니다. 제임스 리바인 밑에서 보글린데 역으로 시작해서 현재 프레야 역을 맡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고, 2000년 메트의 공연에서도 프레야 역을 문제없이 소화해 내셨습니다.
주목해볼만한  젊은 성악가들도 많습니다: 우선 2006년 바이로이트에서 강병운 선생님을 이어 하겐역을 맡기로 내정된 연광철씨가 있으며 (만세!), 최근에 발매된 슈투트가르트 반지 DVD에 파프너로 출연하여 열연한 전승현 Attila Jun씨, 그리고 쾰른 국립 가극장에서 주연으로 활약중인  윤태현 Samule Yoon씨의 이름을 자주 듣게 되실 것입니다.
또 다른 분으로 현재 음대 학장자리를 맡아 보시면서 바이로이트 축전 오케스트라에 20여년째 몸담고 계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민 교수님을 꼽을 수 있겠네요. 말이 그렇지, 20년 이상  깜깜한 오케스트라핏(Orchestra Pit)에 들어가 계셨다니... 악장을 하셨을 법한데, 나중에 확인이 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처음으로

신들의 황혼 줄거리
등장인물 해설